방송통신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정치적 논쟁과는 무관한 유료방송 재허가 업무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방통위는 2024년 11월 16일까지 신안유선방송의 재허가 여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전 동의 여부를 통보해야 했으나, 현재 상임위원이 단 1명만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의결할 수 없다.

2017년 7월에도 위원회 구성에 차질이 발생해 세종자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선정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위원회 의결이 가능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이 해를 넘기고 국회가 3명의 상임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어, 신안유선방송의 재허가 여부 결정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정치권이 유불리를 따지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만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여야 힘겨루기로 지난해 8월 25일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방통위는 1~2명의 상임위원 체제로 운영되며 사실상 ‘식물 위원회’로 전락했다.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방송·통신·인터넷 업계는 속을 태우고 있다. 방통위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변론에서는 방통위의 비정상적인 운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측에 “왜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느냐,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의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최민희 의원이 방통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사퇴 후 국회가 3명을 추천해야 할 법적 의무를 왜 이행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국회 측은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하지 않아 추천 의미가 없어졌다는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 재판관은 “그건 정치적인 이야기, 법적으로는 국회가 왜 추천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김형두 재판관도 “1년간 공석인 상황에서 국회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대통령 임명이 지연돼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나 김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도 3명의 재판관 공석이 문제지만, 국회는 왜 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다시 비판했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지적은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를 마비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추천 절차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중단했다. 방통위원 후보자 모집 공고에 지원한 이들에게는 “서류 심사 일정이 순연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11일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 13일에는 면접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당내에서 후보자 추천 작업을 마친 후, 이르면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 과정이 지연된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를 마비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진 임명과 관련해 법원의 재차 제동을 받았다. 서울고법 행정8-2부는 11월 1일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항고를 기각하며,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유지했다.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과의 ‘2인 체제’로 지난 7월 31일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신임 이사진 6명을 선임했다. 그러나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는 방통위를 상대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26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신임 이사진 6명의 임기는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시작되지 않게 됐다 .

당시 재판부는 2인 체제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임명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향후 이 체제의 적법·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역시 방통위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단지 2인의 위원만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이동관 위원장 취임 이후, 2인 체제 의결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방문진 이사 선임 등의 행위를 했다. 방통위의 전 고위 간부는 “민간 기구인 방송위원회와 정부 기구인 정보통신부를 합쳐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통위 설치법의 취지를 망각했다”며, “방통위가 2인 체제 의결이 적법하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잘못 받아들여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국회 추천 3인과 대통령 지명 2인을 합쳐 여3, 야2로 구성하여 마음에 드는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 방통위, 끝내야…법률 보완 필요

현재 방통위는 상임위원 1명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회의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유료방송 재허가를 비롯해,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제재, 스팸 문자 대응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와 국회는 방통위 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빠른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통위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은 방송통신 분야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정치권은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방통위 설치법 보완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언급된 대로 △방통위원 임기 종료 후 위원 선임 시기와△ 방통위법에 의사 정족수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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