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전자 업계에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차량이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만큼 콘텐트 경쟁력이 차량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3일 현대모비스는 독일 자이스(ZEISS)와 차량 전면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홀로그래픽 HUD)’ 공동개발을 위한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자이스는 반도체·의료업체 등에 광학장비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 등에 납품한다.

현대모비스는 시스템과 자동차용 프로젝터 개발을 맡고 자이스는 정밀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홀로그래피 기술이 적용된 필름을 만들 계획이다. 렌즈·반사경을 활용해 콘텐트를 투명 스크린에 투영하는 자동차용 프로젝터는 장치 소형화와 소음·발열·방열 관리 기술이 중요하다. 프로젝터에 들어온 빛을 광화학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바꿔 유리창에 표시하는 필름은 사람 머리카락 두께인 100마이크로미터(㎛·0.001㎜) 정도에 불과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홀로그래픽 HUD를 활용하면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면 유리창에 주행 및 편의 정보, 영화 같은 인포테인먼트 콘텐트를 선명하게 표시할 수 있다. 주행속도나 내비게이션 경로 같은 정보만 표시할 수 있었던 기존 헤드업디스플레이(HUD)보다 담을 수 있는 정보량도 많다.

두 회사는 2027년께 양산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전장BU장(부사장)은 “향후 자이스와 차량 내외장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3차원(3D) 리어 램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학과 자동차를 접목하는 기술 협력 관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디스플레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BMW는 ‘미니’ 신차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르노코리아는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1열에 HUD와 별개로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를 배치해 파노라마식으로 배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시야에 맞게 휘어지는 커브드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패널을 개발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3년 93억6000만 달러(약 12조6500억원)에서 2027년 126억3000만 달러(약 17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운전 시 햇빛 반사의 영향이 없고 극한의 온도변화에도 견딜 수 있으며 자유로운 디자인 변형과 고화질 구현이 가능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