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세금 회피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 홀로 규제에 나서기보단 ‘다국적 공조’를 통한 강력한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업계 안팎에선 빅테크들의 성실한 세금 납부를 위해 정확한 매출 공개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추정 매출(12조1350억원)이 구글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게재된 매출(3653억원)보다 33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구글코리아의 실제 납부 법인세는 155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IT(정보기술) 기업이 전체 매출에서 5% 안팎을 법인세로 납부하는 것을 고려하면 구글코리아는 약 5180억원을 내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추정이다. 전 교수는 “구글코리아가 싱가포르 법인의 업무를 단순 대행하고, 구글 플레이 서버도 싱가포르 등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매출의 대부분을 싱가포르 법인으로 이전하며 세금을 회피한다”면서 “세금을 적게 내는 조세회피처로 매출을 돌리고 국내 매출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처럼 빅테크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다국적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국경 없이 운영하니까 거기에 맞는 조세 정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국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한국에 10조원 이상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천억원 규모의 세금을 회피하면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갈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비슷한 맥락의 설명을 이어갔다. 유 교수는 “빅테크들의 조세 회피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고, 미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과세 룰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준용해서 국내도 법인세를 도입하면 빅테크들도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처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에 대해선 빅테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미국 등 기준이 되는 룰을 적용해 이에 준하는 세율을 정하고 그 정도로 과세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만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국내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NAVER), 카카오 등 글로벌 기업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은 기업도 구글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기형 구조가 형성된 게 문제”라며 “사실상 빅테크의 규제가 어렵다면 오히려 국내 기업의 세금을 줄여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4964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전체 매출(9조6706억원)의 5.1%에 달하는 수준이다. 네이버는 구글코리아보다 2조원 이상 적게 벌었지만 법인세는 32배나 많이 낸 셈이다. 카카오 역시 구글코리아보다 약 11배 많은 1684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