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축으로서 한창 왕성하게 일해야 할 30대 남성 가운데 부모집이 얹혀살고, 일도 하지 않고 쉬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제조업 등 남성 중심 일자리가 줄어들고, 부동산 마련은커녕 결혼도 힘든 현실이 이들을 취업·혼인 포기 상태인 니트(NEET)로 내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30대 남성의 ‘그냥 쉬었음’ 인구는 18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로,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상반기(16만4000명)도 뛰어넘었다. 같은 기준 30대 여성(11만2000명)의 1.6배 수준이다.

특히 전체 30대 남성 인구에서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처음으로 5%를 넘겼다. 반면 30대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3.5%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란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고용된 상태도 아닌 사람을 뜻하는 니트족으로도 불린다.

동시에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동거하는 캥거루족도 ‘30대’와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5~34세 청년 인구 중 캥거루족 비중은 남성(69.1%)이 여성(63%)보다 컸다. 또 25~29세 캥거루족 비중은 2012년 대비 2020년 2.8%포인트 감소했지만, 30~34세 캥거루족 비중은 같은 기간 7.2%포인트나 늘었다.

유독 30대, 특히 남성을 중심으로 캥거루·니트족 비중이 커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를 거치며 남성 취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성 취업자 비중이 많은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는 고령화에 따른 수요 확대로 크게 성장했다. 실제 2014년 대비 지난해 30대 남성 고용률은 90.9%에서 88.9%로 소폭 줄어든 반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56.3%에서 68%로 크게 늘어났다.

결혼을 못하는 30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은 것도 큰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성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85년생(당시 35세) 남성의 미혼율은 46.5%로, 같은 나이 여성(29.1%)보다 17.4%포인트 더 높았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물가도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부모집에 가능한 한 오래 얹혀사는 것이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충북 청주에 위치한 본가로 돌아간 신모(31)씨는 “서울에 혼자 살 땐 월세에 식비, 생활비까지 월 100만원이 넘게 나갔는데, 부모님 집에 사니 돈이 나가는 게 없어서 훨씬 편하다”며 “아직은 취업도, 연애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25~34세 청년 남성의 19.7%가 부모 집에서 생활하는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었다. 여성은 12.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WSJ는 “남성들이 주를 이뤘던 제조업 분야의 쇠퇴와 취업 시장 불황 여파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황 부연구위원은 “최근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0대 연령에서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미취업 캥거루족의 경우 상당수는 경제적 기반이 약화돼 빈곤 상태로 전환되거나 청년 니트족으로 이행되는 등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고, 특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이들을 취업·혼인 시장으로 끌어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