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과정에서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위원들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해 실제 인하 횟수가 적을 경우 시장금리가 되레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본지 8월 14일자 1·3면 참조
한은이 10일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미 연준의 피벗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원은 “국내 금융시장 환경이 완화적으로 조성되면서 주택 가격을 추가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한 수요 측면에서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규모가 재차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반면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 불균형 누증에 대한 우려는 커졌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큰 데 반해 스트레스 DSR 규제는 변동금리 대출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집값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한 위원은 주택 가격이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하는 척도로 떨어지던 기대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경우 물가와의 싸움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다른 위원도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르면 노동소득의 가치를 하락시켜 자산 불평등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경우 원리금 부담 및 주거비 상승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 저출생 대응 등 우리나라에 시급한 구조 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 실무 부서의 판단도 비슷하다. 한은은 “서울의 평균 거래 가격이 전국의 2배를 상회하는 만큼 최근과 같은 주택 거래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며 “최근 수도권의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단기간 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내년 이후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1회 정도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는데도 금융시장이 2회를 예측하고 있어 기준금리가 한 번만 내려갈 경우 시중금리가 오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