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경쟁 당국의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정권 교체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신은 이번 조사가 사실상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마지막 빅테크 반독점 조사가 될 것이라고 봤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FTC가 MS의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서비스, 인공지능(AI) 제품 등 관련 대규모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FTC는 이번 조사를 위해 지난 1년여간 MS의 경쟁사와 협력사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고, 준비한 정보 요구서만 수백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FTC 조사원들이 다음 주 MS 경쟁업체와 만나 MS의 반독점 관행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사의 핵심은 MS가 오피스, 보안 관련 인기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묶어파는 행위에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MS가 애저에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MS 365제품, 보안 소프트웨어 엔트라 ID를 강제적으로 함께 제공하고, 경쟁 클라우드와 호환되지 않게 해 시장경쟁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FTC가 MS에 대해 전방위적인 반독점 조사에 나선 것은 25년 만이다. 과거 MS는 PC 운영체제 윈도에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어(Internet Explorer)’를 끼워 팔아 반독점 조사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FTC 조사에 1998년 법무부는 MS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에서 MS에 회사를 두 개의 법인으로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MS는 항소심에서 분할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이 소송으로 빌 게이츠 창업자가 사업에서 물러나고 윈도에서 경쟁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허용하게 됐다.
FTC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 체제 아래 알파벳(구글 모기업),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MS는 그 칼날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MS 제품과 관련한 사이버 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FTC의 반독점 조사 칼날을 피해 가지 못하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7월 미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이 발생해 전 세계 각지의 교통, 통신, 금융 시스템이 한순간에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MS가 국방부를 비롯해 미국의 여러 정부 기관에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만큼 MS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 통신의 설명이다. FTC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클라우드 시장 내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클라우드 제공업체의 장애나 서비스 저하 문제가 경제 전반 또는 특정 부문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FTC의 이번 조사는 칸 위원장이 사실상 퇴임을 앞두고 있고, 내년 1월 출범 예정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기조가 약화할 것을 고려한 행보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차기 FTC 위원장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칸 위원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미 대선 기간 FTC의 반독점 조사에 대해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MS에 대한 FTC의 반독점 조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