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독립 스튜디오 군단을 출범했다.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엔씨소프트는 28일 판교 R&D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위한 4개의 자회사 설립을 확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의결사항인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너무 많은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이 부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또 본사에 너무 많은 인력이 집중돼있어 창의성이나 도전 정신, 절실함이 많이 떨어진 결과가 됐다”고 분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공동대표는 “절실함과 창의성, 도전정신을 돋구기 위해 독립된 스튜디오로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는 판단이 컸다”라며 “본사에 있다 보니 전혀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성공 공식에 영향을 많이 받아 융통성이나 창의성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설 회사는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FirstSpark Games) △㈜빅파이어 게임즈(BigFire Games) △㈜루디우스 게임즈(Ludius Games)와 AI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NC AI)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신설 법인 4곳은 내년 2월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는 TL(쓰론앤리버티)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TL은 지난 10월1일 글로벌 론칭 이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오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통해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TL을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육성할 예정이다. TL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TL Camp 최문영 캡틴이 대표를 맡는다.

㈜빅파이어 게임즈는 LLL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LLL은 슈팅 장르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을 지닌 IP다. 스튜디오 체제에서 장르에 대한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한다. LLL 개발을 총괄하는 LLL Seed 배재현 시더가 대표를 맡는다.

㈜루디우스 게임즈는 TACTAN(택탄)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택탄 역시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전략 장르의 게임이다. 독립 스튜디오만의 창의적인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속도감 있는 게임 개발에 나선다. 택탄 개발을 총괄하는 Project G Seed 서민석 시더가 대표를 맡는다.

㈜엔씨 에이아이는 AI 기술 전문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등의 AI(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선다. 대표는 엔씨소프트 AI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NC Research 이연수 본부장이 맡는다.

한편 회사가 이런 분할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는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 노조는 임시주총이 열리는 이날도 주총장 앞에 모여 일방적인 분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독립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인력에 대한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고도 주장했다.

엔씨소프트는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난 26~27일 이틀간 내부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는 박병무 공동대표가 직접 참석해 분사 방향과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도 노조 측은 3년 이내에 자회사가 폐업할 경우 고용 보장을 약속하겠다는 내용을 문서화해줄 것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이런 식의 주총 결의를 거친 분사는 없을 것”이라며 “신규 IP 관련 개발 초기 단계의 시드 조직에도 원칙을 이야기했는데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할 경우 새로운 스튜디오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앞으로는 분사보다 자회사를 통한 개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